
계획에 없던 문정동에서의 하룻밤
원래는 그냥 당일치기로 끝내고 집에 가려고 했던 일정이었다. 문정동 근처에서 미팅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보다 말이 길어지면서 저녁 8시를 훌쩍 넘겨버렸다. 서울 동부지검 근처를 계속 맴돌다 보니 몸도 피곤하고, 그냥 어디 가까운 곳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홍대 모텔이나 신촌 모텔처럼 익숙한 동네였다면 고민도 안 했을 텐데, 이쪽은 지리도 잘 모르고 어디가 괜찮은지 감이 전혀 오질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급하게 지도를 켜서 주변 숙박 시설을 검색해 봤다.
모텔 검색의 딜레마와 가격대
검색 앱을 켜보니 문정동 일대 모텔들이 줄줄이 나왔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대실 위주로 운영되는 곳들이 많은 건지, 아니면 숙박은 별로 안 받는 건지 헷갈리는 곳들도 보였다. 보통 이런 지역은 출장객이 많아서 그런지 6만 원에서 9만 원 사이가 평균적인 숙박비로 잡혀 있었다. 평촌 모텔 쪽이나 대전 봉명동 모텔 단지에서 묵었을 때랑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느낌이다. 일단 법원 근처라 그런지 깔끔해 보이는 곳을 골랐는데, 막상 전화해서 물어보니 빈방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세 번째 전화를 걸어서야 간신히 방 하나를 얻었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냄새와 소음
들어가 보니 겉에서 보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분명 리모델링을 했다고 사진에는 나와 있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특유의 쾌쾌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환기부터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바로 옆 건물이 붙어 있어서 건너편 방의 불빛이 다 보였다. 방음도 잘 안 되는지 옆방에서 누군가 TV 볼륨을 키워놓은 소리가 고스란히 넘어왔다. 예전에 용산 모텔 근처에서 묵었을 때는 그나마 조용했던 것 같은데, 여긴 주변이 번화해서 그런지 밤늦게까지 사람 소리가 들려 좀처럼 잠들기 어려웠다.
시설에 대한 묘한 불만족
냉장고를 열어보니 생수 두 병이 전부였고, 침대 시트는 깨끗했지만 베개 커버에서 약간 꿉꿉한 냄새가 났다. 사실 이런 곳에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잠만 자고 나가기에도 조금 불편한 점이 많았다. 샤워기 수압도 오락가락해서 물을 틀어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온수가 나왔다. 예전엔 그냥 이런 상황이 그려려니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소소한 불편함이 왜 이렇게 크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위례 모텔 쪽으로 더 올라가서 잡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조금 더 비싸더라도 비즈니스 호텔을 찾았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
미련 없이 다음 날 아침 퇴실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결국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대충 챙겨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문정동의 아침 공기는 차가웠지만, 숙소 안의 답답한 공기보다는 훨씬 나았다. 다음번에도 이 근처에 올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온다면 최소한 사진만 보고 예약하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차피 잠만 자는 곳이라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쾌적함은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 시간이었다. 근처에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을 찾아 아침을 먹으러 가면서도, 어젯밤의 그 꿉꿉함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