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에는 갑자기 바람을 쐬고 싶어서 인천 쪽으로 무작정 차를 몰고 나갔다. 예전에는 그냥 부평역 근처 모텔에서 대충 묵고 며칠 지내다 오는 게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좀 조용한 곳에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동인천 쪽에 괜찮은 호텔이 있나 싶어 검색을 좀 해봤는데, 묘하게 광고성 글만 계속 나오고 정작 내가 원하는 느낌의 숙소를 찾기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검색만 하다가 진이 다 빠진 날
사람들이 올린 글들을 보면 다들 비슷비슷한 말투로 어디가 좋고 어디가 가성비가 좋다며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막상 그곳들을 클릭해서 사진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뭐랄까, 너무 인위적으로 꾸며진 공간들이 많았다고 해야 하나.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AI를 활용한 마케팅도 한다고 뉴스에서 봤는데, 정작 내 같은 사람한테는 그런 정보가 크게 도움이 안 됐다. ‘비 오는 날 가볼 만한 곳’이나 ‘쇼핑 혜택’ 같은 건 지금 나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나는 그저 적당히 낡아도 좋으니 창밖으로 바다가 조금이라도 보이고, 주차 스트레스 없는 곳이면 좋겠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동인천 주변을 맴돌다 느낀 답답함
결국 오후 3시쯤 동인천에 도착해서 근처를 한참 헤맸다. 차를 대고 걸어 다녀도 딱히 들어갈 만한 곳이 안 보였다. 길가에 보이는 호텔들은 대부분 간판이 너무 화려해서 선뜻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대략 7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면 적당하겠다 싶었는데, 앱으로 본 가격이랑 현장에서 물어보는 가격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중간에 그냥 포기할까 싶기도 했다. 안산 쪽으로 넘어가서 놀거리를 찾아볼까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미 왕복 운전으로 지쳐버린 상태라 그건 그것대로 귀찮았다. 인천 유람선을 한번 타볼까 싶었지만, 그것도 대기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아 접었다.
캠핑장보다는 숙소를 찾고 싶었는데
문득 인천 송도나 청라 쪽 바베큐장이 괜찮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볼까 싶기도 했다. 예전에 들은 바로는 송도국제캠핑장이나 청라 해변공원 캠핑장이 당일 이용하기에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텐트를 치고 짐을 옮기는 건 지금의 내 체력으로는 무리였다. 나는 그냥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으니까. 결국 나는 다시 동인천으로 돌아와 아무 곳이나 눈에 띄는 호텔에 들어갔다. 운이 좋게도 주차장은 넓었고 가격도 8만 원대로 적당했다.
결국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본 결과
방에 들어오니 습한 기운이 살짝 느껴졌지만, 창문을 여니 동네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화려한 야경보다는 이런 소박한 느낌이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사실 호텔 자체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침구 상태도 그냥저냥, 방음도 옆방 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특별한 체험을 하거나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숙소의 기준
다음에는 좀 더 계획을 세우고 올까 싶다가도, 또 막상 와서 헤매는 과정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영종도 쪽으로 가볼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며칠 더 있다가 올까 고민 중이다. 사실 딱히 정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디서 자든 결국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아직도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아니면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주말을 이렇게 흘려보내도 괜찮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동인천에서 길을 잃는 경험, 생각보다 헤매는 게 별로 안 싫더라고요. 여행 계획 없이 잠깐 떠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