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잘못 들어서 시작된 당황스러운 저녁
성남 근처를 지나가다가 내비게이션을 잘못 봐서 생각보다 외곽으로 한참 빠져버렸다. 원래는 서울로 올라가서 저녁을 먹고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시간은 밤 10시를 넘기고 배는 고파오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차라리 근처 어디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사실 수영장이 딸린 펜션이나 깔끔한 호텔 같은 건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그냥 씻고 누울 곳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휴대폰으로 숙박 앱을 켜봤는데 생각보다 근처에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곳들은 전부 무인텔이거나 이름이 좀 촌스러운 모텔들이었다.
무인텔 체크인과 낯선 기계음의 조화
결국 차를 돌려 길가에 있는 무인텔로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차장이 차단기로 막혀 있었고, 화면에 방 종류와 가격이 떴다. 주말이라 그런지 대실이나 숙박비가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싸게 느껴졌다. 대략 7만 원에서 8만 원 사이였던 것 같다. 사람이 직접 나와서 맞이해주는 구조가 아니라서 그런지 마음은 편했지만, 무인 계산기 앞에서 쩔쩔매고 있으니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주차를 하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섰는데, 복도에 배달 음식 냄새가 섞인 묘한 향이 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방이 넓어서 놀랐다. 그런데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옆 건물 벽이 보여서 그냥 다시 닫아버렸다.
피시 모텔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방 안을 둘러보니 컴퓨터 두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예약할 때 봤던 설명에 ‘피시 모텔’이라는 말이 왜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모니터는 꽤 컸는데, 정작 나는 노트북을 챙겨왔기에 쓸 일이 없었다. 침대 시트는 깨끗했지만, 베개 하나가 살짝 눌려 있어서 누가 쓰다 간 건가 하는 찝찝함이 아주 잠깐 들었다. 그냥 피곤하니까 대충 씻고 눕기로 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조명 스위치가 고장이 났는지 잘 안 눌려서 몇 번을 꾹꾹 눌러야 겨우 불이 꺼졌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오히려 호텔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옆방에서 들리는 희미한 TV 소리도 자려고 누우니 거슬렸지만, 어차피 피곤했으니 금방 잊혔다.
결국 숙면보다는 쉼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새벽에 잠시 깼을 때는 주차장 쪽에서 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성남 쪽 도로가 꽤 붐비는 곳이라 그런지 밤에도 아주 고요하지는 않았다. 사우나나 온천이 딸린 모텔도 근처에 있다는 광고를 봤는데, 거기를 갈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밖으로 나가서 이동할 기운은 없었으니 지금 이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숙박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계획에 없던 지출이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크아웃할 때까지 결국 카운터에 있는 사람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냥 키를 반납함에 넣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
정리되지 않은 채 집으로 향하는 길
차를 타고 나오면서 어제 내가 뭘 먹었는지 생각해보니 제대로 된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근처 편의점에서 대충 사 먹은 샌드위치가 다였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냥 무리해서라도 서울로 바로 올라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인텔이 편리하긴 했지만, 묘하게 적막하고 차가운 느낌이 남아있어서 다음에는 조금 더 사람 냄새 나는 곳을 찾아봐야겠다는 결론만 얻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비게이션을 찍으니 집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고 나왔다. 어제 겪었던 이 소란스럽고도 조용한 하룻밤이 꿈처럼 느껴졌다.
무인텔에서 잠시 차소리 들으면서 깨는 게 좀 불편하긴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빠르게 휴식을 취하는 게 정말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