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촌역 인근 골목에서 예상치 못하게 찾아 들어간 노후된 모텔
지하철 막차를 놓쳤던 날이었다. 날씨는 쌀쌀했고 택시 승차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도저히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신촌역 8번 출구 근처의 번화가를 벗어나 조금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니 빨간색 네온사인 간판이 보였다. 평소에 자주 가던 깔끔한 체인형 비즈니스 호텔들은 이미 만석이거나 너무 비쌌기에, 그냥 하룻밤 잠만 자고 나가자는 생각으로 낡은 건물 계단을 올라갔다.
카운터에는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졸린 눈으로 TV를 보고 계셨다. 숙박 요금은 평일 기준으로 55,000원이라고 하셨다. 보통 모텔대실 시간으로 잠깐 머물다 가는 사람들은 25,000원 정도 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시간이 이미 밤 11시 반을 넘긴 시점이라 숙박으로 결제를 했다. 열쇠를 받아 들고 3층 복도를 걸어가는데 특유의 오래된 카펫 냄새와 락스 냄새가 섞여서 코를 찔렀다. 방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기묘하게 두툼한 침대였다.
일반 매트리스와는 전혀 다른 물침대의 첫인상과 기묘한 감각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순간 몸이 쑥 아래로 꺼지면서 중심을 잃을 뻔했다. 침대 시트 밑을 만져보니 출렁거리는 액체의 덩어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말로만 듣던 물침대였다. 요즘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물건인데, 이런 오래된 골목 모텔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묘하게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걸터앉아 있을 때는 물이 사방으로 밀려나면서 엉덩이가 바닥에 닿는 느낌이 들 정도로 푹 꺼졌다. 누우면 몸이 공중에 뜬 것처럼 편안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몸의 형태에 따라 물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자세를 잡기가 무척 애매했다. 베개를 베고 똑바로 누워보았으나, 작은 움직임에도 매트리스 전체가 출렁출렁하며 좌우로 흔들렸다. 파도를 타는 듯한 미묘한 진동이 몸 전체로 전달되는 감각은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밤새 끊임없이 이어지는 출렁임과 온도 조절의 난제
가장 곤란했던 것은 온도 조절이었다. 물침대 매트리스 한쪽에 연결된 다이얼식 조절기가 있었는데,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어서 작동이 제대로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물이 차가워서 온도를 조금 올렸는데, 한참 동안 온도가 변하지 않아서 그대로 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새벽 2시쯤 되었을 때 온몸에 땀이 흥건해질 정도로 침대가 뜨거워져 있었다. 물의 비열이 높아서 뜨거워지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을 모르고 온도를 너무 높였던 모양이다.
다시 온도를 낮췄지만 이미 데워진 거대한 물주머니는 쉽게 식지 않았다. 침대 위에서 뒤척일 때마다 내부에서 공기 방울이 꿀렁거리며 솟아오르는 소리와 물이 출렁이는 둔탁한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옆 사람이 조금만 자세를 바꾸어도 내 쪽 매트리스가 크게 솟구쳤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잠결에 배를 탄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마저 들어서 결국 새벽녘에는 침대 구석의 프레임 딱딱한 부분에 몸을 구겨 넣고 겨우 눈을 붙였다.
비즈니스 호텔의 빳빳한 스프링 침대와 비교하며 느낀 피로감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몸의 마디마디가 쑤셨다. 보통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자주 이용하는 토요코인 같은 저가형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 침대가 아주 단단하고 고정되어 있어 척추를 받쳐주는 느낌이 든다. 가격 차이도 1~2만 원 정도밖에 나지 않는데, 굳이 이 독특한 경험을 하겠다고 물침대방을 수락한 스스로가 조금 후회스러웠다. 몸의 굴곡을 따라 물이 메워주긴 하지만, 정작 뼈대를 지탱해 주는 힘이 전혀 없으니 허리가 붕 떠서 밤새 긴장한 상태로 잤던 것 같다.
물침대는 척추가 아픈 사람에게 좋다는 소문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내가 겪어본 바로는 오히려 허리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가는 구조였다. 특히 자고 일어났을 때 침대 밖으로 몸을 일으키는 과정 자체가 고역이었다. 디딜 땅이 없는 것처럼 발을 디디는 대로 침대가 꺼져버리니 굴러서 겨우 탈출하듯 빠져나와야 했다. 몸이 무거운 아침에는 그 과정마저도 상당히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서둘러 빠져나온 아침
오전 11시 퇴실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방 안의 낡은 벽지와 옅은 먼지들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물침대는 밤새 식지 않아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왠지 모르게 꿉꿉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프런트 옆 키 반납함에 열쇠를 툭 던져놓고 모텔 문을 나서는데 찬 바람이 얼굴에 닿자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대단한 잠자리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룻밤 편하게 자고 일어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요즘 모텔들이 왜 전부 일반 매트리스나 메모리폼으로 바꾸었는지 몸소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다면 기회였을 것이다. 신촌의 번화가 골목을 걸어 나오면서 등 뒤로 여전히 욱신거리는 허리를 짚었다.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보다 그냥 피곤함이 머리끝까지 들어차서 빨리 집에 가서 제대로 된 침대에 다시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치 바다처럼 움직이는 느낌이 정말 생소하네요. 오래된 물침대는 이런 불편함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물침대 때문에 밤새 온몸에 식히려고 얼마나 움직였는지 몰라요. 특히 새벽에 뜨거워지는 게 정말 신기하고 당혹스러웠어요.
물침대가 허리에 부담이 되어서 잠을 제대로 못 했어요. 특히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