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빌린 파티룸에서 여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던 날

갑자기 빌린 파티룸에서 여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던 날

계획에 없던 공간 대여

친한 친구들 몇 명이랑 갑자기 약속이 잡혔는데, 다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식당은 너무 시끄러울 것 같고 카페는 애매하고. 그래서 홍대 근처에 있는 파티룸을 하나 빌리기로 했다. 사실 파티룸이라는 걸 제대로 빌려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다. 검색해보면 온통 화려한 파티용 풍선이나 조명 사진들뿐이라 괜히 부담스럽기도 했고. 그래도 인당 3만원에서 5만원 사이면 괜찮겠다 싶어서 적당히 역에서 가깝고 리뷰가 너무 튀지 않는 곳을 골랐다. 사실 공간대여라는 게 예약하고 나면 결제 문자 말고는 오는 게 없어서 당일이 될 때까지 여기가 맞나 싶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

사진으로 볼 때는 꽤 넓어 보였는데 막상 들어가니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여섯 명이서 들어가니 발 디딜 틈이 거의 없었다. 거실에 옹기종기 앉아서 배달 음식을 펼쳐놓으니 테이블이 꽉 찼다. 사진 속에서는 널찍한 소파에 다들 우아하게 앉아있던데, 현실은 좁은 테이블 주위로 플라스틱 의자를 끌어다가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 게 고작이었다. 게다가 에어컨 리모컨이 어디 있는지 한참을 헤맸다. 구석에 박혀있는 걸 겨우 찾았는데, 막상 켜니까 너무 춥고 끄면 덥고. 온도 조절 하나로 몇 번을 실랑이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오히려 밖에서 그냥 밥 먹을 때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무제한 맥주와 닌텐도 스위치

요즘 만화카페 같은 데에도 파티룸이 붙어있고, 서울드래곤시티 같은 곳은 위스키 테이스팅이랑 엮어서 패키지로 팔기도 하던데, 우리가 빌린 곳은 딱 일반 빌라를 개조한 곳이라 그런 서비스는 없었다. 대신 보드게임 몇 개랑 닌텐도 스위치가 구비되어 있었다. 친구 하나가 그걸 켜보겠다고 설치다가 연결이 안 돼서 30분을 끙끙댔다. HDMI 단자가 고장 난 건지 화면이 자꾸 깜빡거려서 결국 포기했다. 그냥 각자 가져온 캔맥주나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나았다. 무제한 맥주 패키지니 뭐니 하는 거창한 것보다는 그냥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가 우리한텐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퇴실 시간에 닥친 당혹감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딱 4시간을 빌렸는데 시간이 진짜 빨리 갔다. 9시 반쯤 되니까 다들 슬슬 눈치를 보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분리수거는 어디다 해야 하는지 안내문을 다시 읽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숙소나 파티룸은 아고다 같은 곳에서 예약하는 호텔이랑 다르게 체크아웃을 직접 대면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뒷정리를 완벽하게 하고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좀 있었다.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사진을 찍어 보내야 한다고 해서, 나가는 길에 어두운 복도에서 허둥지둥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간다면 어떤 곳을 고를까

결국 파티룸을 이용하면서 느낀 건데, 공간이 예쁜 것보다는 그냥 우리끼리 편하게 떠들 수 있는 곳이 최고인 것 같다. 다음번에는 너무 사진만 화려한 곳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인 곳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화장실 수압이 약해서 좀 고생을 했는데, 다음엔 리뷰에서 그런 작은 불만 사항들을 더 꼼꼼히 체크해볼까 싶기도 하고. 사실 이렇게 말해도 막상 또 예약할 때가 되면 사진에 혹해서 비슷한 곳을 고를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몸에서 묘하게 파티룸 특유의 향 냄새가 섞인 음식 냄새가 나서 괜히 혼자 민망했다.

댓글 2
  • 사진에 혹해서 결국 비슷한 곳 찾게 되는 것 같아. 집 오는 길에 음식 냄새 때문에 좀 민망했던 경험 생각하면, 사진보다는 실제로 사용 후기를 자세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 와, 파티룸 빌리면서 겪는 고민이 다 비슷비슷하더라구요. 특히 공간 크기가 걱정되는 부분은 저도 마찬가지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