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 낮에 갑자기 갈 곳이 없어질 때
지나가다 보면 드라이브인 무인텔이라는 간판이 참 많이 보인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거나, 혹은 밤늦게 어디 먼 곳까지 운전하고 가다가 너무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이러 들어가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홍천 쪽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원래 가려던 카페가 임시 휴무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알게 되었다. 날씨는 덥고 당장 어디 가서 앉아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마침 눈앞에 무인텔 하나가 보였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주차장도 널널했고, 겉에서 보기에도 꽤 조용해 보였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차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유튜브나 보면서 시간을 때웠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햇빛 아래 차 안에 앉아있는 게 너무 지치게 느껴졌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입구에 들어섰다.
무한대실이라는 문구의 유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키오스크 화면에 ‘무한대실’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떠 있었다. 가격을 보니 대략 3만 원에서 4만 원 정도였는데, 꽤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솔깃했다. 예전에는 대실이라고 하면 보통 서너 시간이 최대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아예 아침부터 저녁까지 혹은 오후 내내 머물 수 있게 해놓은 곳이 많아진 것 같다. 모텔들도 이제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일종의 ‘모캉스’ 공간으로 변하려고 애를 쓰는 모양이다. 안에 들어가 보니 PC방처럼 사양 좋은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넷플릭스도 별도 로그인 없이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굳이 누구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쉬러 온 입장에서는, 밖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보다 이런 공간에 박혀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좁은 공간에서 느끼는 피로감
막상 방에 들어와서 짐을 풀고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아늑함보다는 약간의 갑갑함이 밀려왔다. 방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는데, 조명이 너무 어두운 게 문제였다. 창문을 열어보니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라 답답함이 더했다. 외부 소음은 거의 안 들렸지만, 옆방에서 들리는 듯 마는 듯한 생활 소음 때문에 오히려 더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결국 침대에 누워 있다가 핸드폰만 계속 보게 되는데, 이게 카페에 앉아있을 때랑은 또 다른 종류의 피로감이다. 특히나 숙박 어플에서 보던 홍보용 사진이랑 실제 방의 디테일은 차이가 컸다. 청소 상태가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구석진 곳의 먼지나 가구의 낡은 정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조금 더 보태서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이나 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숙소라도 알아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 걸 그랬나 하는 고민
결국 무한대실을 꽉 채워서 머무르지는 못했다. 한 서너 시간 정도 있다가 그냥 나왔다. 처음에 들어올 때는 뭔가 득템한 기분이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까 내가 왜 굳이 낮에 이런 곳에 들어와 있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3만 원이라는 돈이 아깝다기보다는, 뭔가 나만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썼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포항이나 해남 같은 바닷가 펜션 대실도 요즘 유행이라는데, 그런 곳은 풍경이라도 좋으니 좀 덜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그냥 길가에 있는 무인텔은, 딱히 목적이 있거나 정말 잠이 쏟아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을 여는데, 거실의 밝은 빛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숙소 안의 어둑한 공기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안도가 되었다. 다음번에 이런 상황이 온다면, 차라리 도서관을 가거나 그냥 집으로 일찍 들어가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 아래서 유튜브 보면서 시간 보내는 것보다, 오히려 조용한 곳에서 그냥 쉬는 게 더 필요할 때가 있네요.
방음이 잘 안 돼서 신경 쓰이는 게 좀 이해가 가네요. 특히 조명 때문에 더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