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서 멍하니 있다 온 주말

강남 한복판에서 멍하니 있다 온 주말

힐튼가든인 서울강남에서 보낸 애매한 금요일

지난주에 갑자기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힐튼가든인 서울강남을 예약했다. 사실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평소 같으면 서울역 근처 호텔을 찾아봤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좀 덜 붐비는 곳을 찾다가 강남 쪽으로 눈을 돌렸다. 체크인할 때 로비가 생각보다 좁아서 살짝 당황했다. 5주년 기념이라고 여기저기 홍보물이 붙어 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좀 낯설게 느껴졌다.

10평형 객실이 주는 묘한 여유와 불편함

객실에 들어서니 확실히 일반적인 비즈니스 호텔보다는 조금 넓긴 했다. 10평형이라 그런지 캐리어를 펼쳐놔도 동선이 꼬이지 않는 건 좋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방이 넓으니까 괜히 침대 밖으로 나오기가 싫어지더라. 창밖으로 보이는 강남의 빽빽한 빌딩 숲을 보는데 딱히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더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기분이 들어서 커튼을 쳐버렸다. 이런 게 호캉스라면 좀 더 푹신한 베개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밤새 뒤척였다.

루프톱 수영장에서의 짧은 물놀이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야외 루프톱 수영장이었는데, 사실 실제로 가보니 수영을 제대로 즐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들 휴대폰 들고 사진 찍느라 바쁘고, 물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나는 그냥 선베드에 앉아서 30분 정도 있다가 금방 올라왔다. 수영장 이용료가 숙박비에 포함된 거였는지 따로 낸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패키지에 묶여있었던 것 같다. 1박에 20만 원 중반대로 결제했던 것 같은데, 가격 대비 만족도는 잘 모르겠다. 그냥 밖에서 사 먹는 밥값이랑 합치면 꽤 큰돈을 쓴 건데.

뷔페 조식과 남겨진 숙제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인 ‘투게더’에 내려갔다. 종류는 무난했다. 오믈렛을 만들어주는 직원이 참 친절했는데, 왜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도 회사 메일을 확인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호텔에 왔으면 좀 잊어야 하는데 말이다. 문정역 근처에 있는 숙소들도 종종 가봤지만, 거기는 정말 딱 잠만 자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조금 더 휴양지 흉내를 내려는 노력이 보인다. 다만 그 노력이 나한테까지 닿았는지는 의문이다.

결론 없는 퇴실의 기억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는 길에 강남역 인근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으니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번 호캉스가 좋았냐고 누가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집이 아닌 곳에서 잤고, 남이 해주는 밥을 먹었고, 조금 더 넓은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게 전부인데, 왜 이 돈을 쓰면서까지 이렇게 보냈을까 하는 의문이 퇴실할 때까지 계속 따라다녔다. 아마 다음에 다시 이런 시간을 갖는다면 그냥 동네 맛집에서 비싼 걸 사 먹는 게 더 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

댓글 1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억지스러운 즐거움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