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에 없던 숙박이 길어지던 날
지난주에 급하게 출장지가 바뀌면서 경기도 외곽 쪽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원래는 당일치기로 끝내고 서울로 올라올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근처 숙소를 잡아야 했다. 모바일 앱을 켜서 지도를 보니 주변에 괜찮은 비즈니스 호텔은 보이지 않고, 온통 붉은색의 ‘무인텔’이나 ‘XX모텔’ 같은 간판들만 가득했다. 선택지가 좁아지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국 평점은 적당히 중간쯤 되는 곳으로 골랐다. 5만 원 정도 하는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사실 잠만 자고 나올 생각이라 크게 기대는 안 했다. 앱으로 결제를 마치고 근처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왠지 모르게 주변 분위기가 좀 어수선해서 살짝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두운 복도와 낡은 번호키의 기억
건물 입구에 들어서니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났다. 방향제 냄새인지 담배 냄새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향이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도 그 냄새가 옷에 밸까 봐 계속 신경이 쓰였다. 복도는 조명이 어두침침해서 앞사람이 지나가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방 번호를 찾아 문 앞에 섰는데, 오래된 카드키가 한 번에 인식되지 않아서 몇 번을 띡띡거렸다. 밤늦은 시간에 복도에서 계속 기계음 소리를 내는 게 괜히 눈치가 보여서 더 당황했다. 나중에 문이 열리고 들어간 방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창문이 있었지만 밖은 그냥 다른 건물 벽만 보이는 구조라 커튼을 쳐버렸다. 차라리 닫아두는 게 마음이 편했다.
청결 상태에 대한 묘한 의구심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눈에 띈 건 침대 시트였다. 하얗긴 한데 왠지 모르게 뻣뻣한 느낌이랄까. 집에서 쓰던 부드러운 이불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운이 비닐에 싸여 있었지만, 왠지 입기가 꺼려져서 그냥 입고 온 옷을 겹쳐 입고 잤다. 탁자 위에는 리모컨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이사이에 먼지가 좀 껴 있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잠자리가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사실 호텔 같은 곳에 가면 이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이상하게 모텔이라는 공간에 들어오면 괜히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된다. 벽지에 묻은 작은 얼룩 하나도 왠지 신경 쓰이고, 화장실 타일 사이의 물때도 평소보다 훨씬 더 눈에 띄었다.
창밖의 소음과 잠 못 드는 밤
새벽이 되니까 밖에서 들리는 소음이 꽤 컸다. 방음이 전혀 안 되는지 옆방에서 물 트는 소리, 누군가 크게 웃는 소리가 벽을 타고 그대로 넘어왔다. 창문을 닫아도 소용이 없었다. 새벽 2시쯤에는 복도에서 누군가 싸우는 듯한 웅성거림이 들려서 한참을 잠들지 못했다. 그냥 비싼 돈을 내고라도 좀 더 관리가 잘 되는 시내 쪽 호텔로 나갈 걸 그랬나 싶었다. 5만 원이라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게 문제였을까. 잠은 대충 설쳤고,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칼칼했다. 어제 먹은 편의점 캔커피 때문인지, 아니면 방 안의 건조한 공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몸이 찌뿌둥한 건 사실이었다. 결국 체크아웃 시간보다 일찍 짐을 챙겨 나왔다.
다시는 같은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나와서 다시 길을 걷는데 햇살은 쨍하니 밝았다. 어젯밤의 그 어두운 복도와 눅눅했던 공기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잠만 자고 나오는 공간인데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다음번에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적어도 앱 리뷰를 볼 때 ‘냄새’나 ‘방음’에 대한 키워드는 더 꼼꼼하게 찾아볼 것 같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마음 편하게 조금 더 비싼 곳을 예약하는 게 정신 건강에는 이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 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니 간판에 불이 꺼져 있었다. 다신 올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하룻밤 머물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다시는 오지 말자고 다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찝찝함이 조금 남은 그런 출장이었다.
침대 시트가 뻣뻣해서 더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특히 집에서 사용하는 이불과는 너무 달랐으니까.
방 안에 있던 먼지 때문에 더 신경 쓰이셨나 봐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감정 완전 이해돼요.
침대 시트가 딱딱해서 좀 불편하더라구요. 저는 보통 호텔에서는 이런 점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모텔은 이유 모르겠지만 더 자세히 보이는 것 같아요.
방음이 좋지 않아서 더 신경 쓰였던 것 같아요. 특히 옆 방 소리 때문에 잠들기가 힘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