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잡은 모텔에서 밤새 잠을 설쳤다

급하게 잡은 모텔에서 밤새 잠을 설쳤다

지난 주말, 원래는 경기도 근처로 바람이나 쐴 겸 조용히 쉬러 가려고 했는데 계획이 영 꼬여버렸다. 평소 같으면 미리 예약해둔 펜션에서 고기 구워 먹고 느긋하게 있었을 텐데, 일정이 갑자기 틀어지는 바람에 성남 근처에 있는 모텔을 급하게 잡아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숙소를 고를 때 딱히 기준이랄 것도 없었다. 그냥 침대 깨끗하고 방음만 적당히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앱으로 대충 평점 적당해 보이는 곳을 골랐는데, 막상 가보니 사진이랑은 좀 많이 달랐다. 분명 앱 화면에서는 은은한 조명이 예쁜 방이었는데, 실제로 들어가 본 방은 뭐랄까, 너무 밝거나 아니면 너무 어두워서 눈이 아픈 그런 분위기였다.

방음이 생각보다 너무 안 돼서 놀랐다

밤 10시쯤 도착해서 짐을 풀고 샤워까지 마쳤다. 대실이나 숙박비가 요즘 7~8만 원대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시설일 거라 막연히 기대를 했다. 그런데 옆방에서 소리가 너무 적나라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보통 모텔 방음이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거의 대화 내용까지 다 들리는 수준이었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옆방 사람들은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아니면 노래방 기계라도 들여놓은 건지 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을 계속 깼다. ‘아, 그냥 조금 더 비싼 호텔이나 깔끔한 비즈니스 모텔로 갈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돈 몇 만 원 아끼려다가 내 컨디션만 망친 것 같아서 짜증이 좀 났다.

피시방인지 숙소인지 알 수 없는 환경

방 안에 커다란 게이밍 컴퓨터가 두 대나 있었다. 이른바 ‘피시 모텔’ 컨셉인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밖에서 게임을 거의 안 한다. 차라리 그 공간에 안락한 의자나 테이블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컴퓨터 본체 돌아가는 소리가 밤새 ‘웅’하고 들리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 거슬렸다. 불을 끄고 누우면 본체 LED 불빛이 은근히 신경 쓰여서 결국 수건으로 가려놓고 잤다. 요즘은 이런 테마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나처럼 조용히 자고 싶은 사람한테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였다. 동성로 모텔 밀집 지역에서 묵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때도 방은 좁은데 기계들만 가득해서 짐 둘 곳도 없어서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예약 앱 사진과 실제 차이에서 오는 당혹감

앱으로 볼 때는 세련된 인테리어인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벽지 모서리가 뜯어져 있거나 담배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요즘은 금연 객실이 따로 있다고 해서 확인하고 들어갔는데도, 복도에서부터 풍겨오는 냄새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사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지도 모르겠다. 5만 원대 저가형 숙소에서 5성급 호텔 서비스를 바라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예약할 때 봤던 상세 페이지의 그 깔끔함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사진 기술이 대단한 건지 내가 운이 없었던 건지 의문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창문을 열어보니 밖은 이미 밝아져 있었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머리가 띵했다. 퇴실 준비를 하면서 방을 둘러보는데, 어젯밤 내가 왜 여기서 고생을 했나 싶었다. 밖에서 자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인데, 다음에는 차라리 조금 더 멀리 나가서 펜션을 잡거나 아니면 확실히 검증된 체인 호텔로 가야 할 것 같다. 근데 사실 다음에 또 급하게 숙소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나는 아마 똑같이 앱을 켜고 비슷한 가격대의 숙소를 또 예약하고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당장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숙소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냥 하루 몸 뉘일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는, 조금 더 괜찮은 환경에서 자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다음엔 정말 꼼꼼하게 후기를 봐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그게 잘 될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