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에 없던 외박이 주는 피로감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는 하루였다. 용인 처인구 쪽에서 업무를 보다 보니 예상보다 일이 늦게 끝났는데, 설상가상으로 대중교통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평소 같으면 어떻게든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갔겠지만, 몸이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근처 모텔에서 잠만 자고 출근하겠다는 동료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그래도 집이 최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근처 모텔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위례 숙소나 문정동 모텔 쪽까지 갈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차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는 곳을 찾기로 했다.
앱으로 숙소를 고르며 든 생각
숙박 어플을 켜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평점이 참 애매했다. 어떤 곳은 사진상으로는 꽤 괜찮아 보이는데 후기를 보면 ‘담배 냄새가 밴 것 같다’는 이야기가 꼭 있다. 요즘은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해졌다는 웰니스 호텔 같은 곳들도 많다지만, 그런 곳들은 가격대가 이미 출장을 감당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결국 6만 원에서 7만 원 사이의 적당한 가격대를 골랐다. 사실 사진이 화려할수록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 한번은 사진만 보고 예약했다가 천장에 거울이 달려 있는 아주 올드한 분위기의 방에 당첨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최대한 ‘무난함’을 기준으로 골랐다.
낡은 방안에서 마주한 현실
막상 도착한 곳은 주차장이 좁아서 애를 좀 먹었다. 건물이 좀 오래된 느낌이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부터 살짝 쾌쾌한 향이 났다. 방에 들어서니 예상대로 벽지 끝부분이 조금 들떠 있거나, 콘센트 위치가 침대에서 너무 멀어 충전기를 꽂기 불편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침구는 나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안락함보다는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대리운전 기사님을 부르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여기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는데, 막상 눕고 나니 집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니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음이 생각보다 크게 들려와서 잠귀가 밝은 나로서는 꽤나 거슬리는 밤이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얻는 것들
새벽까지 뒤척이다 겨우 눈을 붙였는데, 아침이 되니 묘하게 찌뿌둥한 기분이었다. 집에 있었더라면 아침에 내 커피를 내려 마시고 익숙한 이불 속에서 깼을 텐데, 낯선 공간에서 일회용 칫솔과 치약으로 양치를 하고 나오려니 왠지 모르게 허탈했다. 사실 이렇게 숙소를 잡는 게 매번 경험하는 일은 아니지만, 한 번씩 상황이 꼬여서 이런 곳에 머물게 되면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남해로 여행을 갈 때는 펜션이나 예쁜 숙소를 고르며 설레는데, 이렇게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잡는 방은 여행의 설렘 같은 건 전혀 없으니까.
여전히 남는 약간의 찜찜함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오면서 로비에 키를 반납하는데, 사장님은 익숙한 듯 말 없이 키만 받으셨다. 계산은 어제 앱으로 다 끝냈으니 마주칠 일도 별로 없다. 근처 국밥집에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회사로 향하는데, 왠지 돈을 좀 더 쓰고 조금 더 깨끗한 곳을 잡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번에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가격보다는 리뷰를 조금 더 꼼꼼히 보고, 소음이 덜한 곳으로 조금 더 신경 써서 고를 것 같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일찍 퇴근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오늘 저녁에는 무조건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앱으로 숙소를 고르면서도 시간 때문에 쫓기듯이 찾아야 했던 게 느껴지네요. 특히 대중교통 마저 막힐까 봐 걱정되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할지...
주차장 때문에 진짜 힘들었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