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월동에서 급하게 방을 잡았을 때의 기억

인천 구월동에서 급하게 방을 잡았을 때의 기억

구월동의 밤은 생각보다 소란스러웠다

지난달에 인천 구월동 쪽으로 급하게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원래는 일정을 당일치기로 잡았는데, 어쩌다 보니 현장에서 변수가 생겨서 하룻밤을 자고 와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평소에 호텔 예약 앱을 잘 안 쓰는 편이라 당황스러웠다. 그냥 주변에 숙소 많겠지 싶어 길을 나섰는데, 구월동 먹자골목 근처는 밤이 되니까 정말 정신이 없더라. 화려한 네온사인 사이로 모텔 간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어디로 들어갈지 고민하다가 적당히 깔끔해 보이는 입구를 골라 들어갔다. 그날 숙박비로 6만 원 정도 냈던 것 같다.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딱 평균적인 가격이었을 거다.

고사양 PC가 방 안에 들어있던 이유

방에 들어갔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침대가 아니라 엄청나게 큰 모니터였다. 이른바 ‘PC텔’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나 보다. 요즘은 숙소에 게임용 컴퓨터가 두 대씩 들어있는 게 기본인 것 같다. 평소에 집에서는 넷플릭스 정도만 보는데, 방 안에 고사양 PC가 있으니까 괜히 한번 켜보게 되더라. 막상 켜놓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다시 껐다. 사실 씻고 눕는 게 전부였는데, 컴퓨터 본체에서 나는 팬 돌아가는 소리가 밤새 조용하게 깔리니까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집이었으면 바로 코드를 뽑았을 텐데, 왠지 호텔 장비 같아서 건드리기가 좀 꺼려지더라.

낯선 공간에서의 밤은 생각보다 길었다

방음이 잘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새벽이라 내가 예민한 건지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꽤 크게 느껴졌다. 뉴스에서나 보던 모텔 관련 사건들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쳤다. 누가 마스터키를 가지고 들어온다거나 하는 그런 기사들 말이다. 문을 두 번, 세 번 잠그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사실 호텔 서비스라기보다는 그냥 잠시 몸을 뉘는 장소라는 느낌이 강했다. 예전에 해외 여행 가서 호텔 예약 앱으로 미리 예약하고 갔던 곳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분위기였다. 거기는 좀 더 일상적인 휴식의 공간이었다면, 여기는 말 그대로 목적이 뚜렷한 공간 같았달까.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고민해볼 문제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오면서 로비를 보니 사장님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장기 투숙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복도 끝에서 배달 음식을 받는 사람과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이런 곳에서의 숙박은 딱 하룻밤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며칠씩 머물면서 빨래하고 밥 먹고 하기에는 환경이 좀 답답하다. 병원 근처에서 급하게 숙소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고단할지 새삼 실감이 났다. 퇴실하면서 문을 닫는데 왠지 모를 해방감이 들었다. 업무 때문이 아니라 여행을 목적으로 다시 구월동에 온다면, 아마 이번에는 다른 곳을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굳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편안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댓글 1
  • 밤에 팬 소리 때문에 신경 쓰이긴 했네요. 넷플릭스만 보던 저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 같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