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에 경상북도 쪽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처음 계획은 이름 좀 알려진 펜션에서 며칠 머무는 것이었는데, 막상 뚜벅이로 돌아다녀 보니 그게 쉽지 않더라. 계곡 근처 가족 펜션 같은 곳들은 대개 차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위치였고, 걷는 걸 아무리 좋아해도 캐리어 끌고 산골짜기까지 들어가는 건 무리였다. 바닷가 근처 펜션들은 가격대가 생각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혼자 묵기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하루 숙박비로 15만 원에서 20만 원을 쓰려니, 잠만 자고 나가는 입장에서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 주변이나 시내에 밀집된 모텔 쪽으로 눈이 돌아갔다.
예약 없이 무작정 들어간 숙소의 당혹감
결국 영덕 근처의 한 모텔에 들어갔는데, 겉모습은 그냥 평범한 동네 건물이었다. 프런트에서 5만 원을 내고 열쇠를 받아서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복도에서부터 특유의 냄새가 났다. 방향제 냄새가 너무 독해서 오히려 더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침대 시트는 깨끗해 보였지만,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앞이 옆 건물 벽이라 답답했다. 사실 모텔이라는 공간이 요즘은 컨셉 모텔이다 뭐다 해서 화려하게 꾸며놓기도 하지만, 내가 갔던 곳은 그런 곳이 아니라 그냥 잠만 자는 곳이었다. 짐을 풀고 잠시 앉아 있는데 벽 너머로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아 괜히 예민해졌다. 예전에 뉴스에서 모텔 관련 범죄나 좋지 않은 사건들을 접했던 기억이 불쑥 떠올라서인지, 밤새 뒤척이며 문을 제대로 잠갔는지 서너 번 확인했다.
뚜벅이 여행자가 느끼는 숙박의 한계
여행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여행사 비교 사이트를 꽤 많이 뒤졌다. 조금 더 저렴하고 시설이 나은 레지던스 호텔이 없을까 찾아봤지만, 뚜벅이 여행자에게는 접근성이 최우선이었다. 버스 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가, 그게 제일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선택지는 모텔 아니면 비싼 호텔뿐이었다. 돈을 좀 아껴서 맛있는 거 더 사 먹고 싶었는데, 막상 숙소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니 그다음 날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사우나 시설이 있는 모텔을 가볼까 싶어 근처를 뒤져봤는데, 막상 가보니 시설이 너무 낡아 보여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왔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여행의 질을 확 떨어뜨리는 걸 경험하고 나니, 다음번에는 아예 숙소를 먼저 예약하고 동선을 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과 가격 사이의 미묘한 저울질
어떤 날은 숙박비를 아끼려고 더 싼 곳을 찾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8만 원짜리 비즈니스급으로 올라가 보기도 했다. 확실히 방음이나 청결 상태는 한결 나았다. 5만 원짜리와 8만 원짜리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침대 매트리스의 꺼짐 정도나 화장실 수압 같은 게 달랐다. 사람들은 흔히 잠만 자는 곳인데 뭐가 중요하냐고 하지만, 여행 중에는 그 작은 방이 나만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다 보니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아도 온종일 기운이 빠지는 것 같다. 그래도 펜션 1박 비용을 생각하면 모텔 2박이 가능하니 경제적으로는 이득인 셈인데, 왜 마음 한구석은 계속 찜찜한지 모르겠다.
남겨진 숙제 같은 불확실함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그 낯선 방에서의 하룻밤들이 생생하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던 빛이나, 누군가 남기고 갔을지도 모를 흔적들 때문에 신경 쓰였던 밤들.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 아니면 숙박업소에 대한 불신이 커진 건지 잘 모르겠다. 다음 여행에는 조금 더 계획적으로 숙소를 잡으리라 다짐하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또다시 당일 예약 가능한 가까운 곳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생각보다 잠자리에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음엔 펜션을 빌릴지, 아니면 조금 더 투자해서 제대로 된 숙소를 잡을지, 아니면 그냥 여행 자체를 다르게 구성해야 할지, 아직도 마음이 결정되지 않았다. 아마 당분간은 여행 앱을 지우고 지낼 것 같다.
침대 시트 냄새 때문에 좀 불편했어요. 펜션처럼 조용하게 쉬고 싶었는데…
계곡 펜션들이 접근성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이 생각나네요. 비슷한 고민을 한 것 같아요.
차이가 크게 느껴지네요. 특히 방음이 중요할 때,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제대로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음 문제 때문에 신경 쓰이는 부분, 특히 벽 너머 소리까지 들리는 게 답답해서 그런지 마음이 편안해지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