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강원도 쪽으로 급하게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평소라면 미리 예약 사이트를 뒤져서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을 찾았겠지만, 이번에는 도착 시간이 워낙 늦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길 가다가 눈에 띄는 곳 아무 데나 들어가자는 심산이었다. 고성 인근의 어느 이름 없는 모텔에 들어섰는데, 일단 가격은 4만 원대로 아주 저렴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운터에 들어서니 주인아저씨가 무뚝뚝하게 키를 건네주셨다. 뭐, 하루 밤 잠만 자고 나올 곳인데 시설이 대수인가 싶었다.
방 문을 열자마자 보였던 낯선 풍경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침대 앞쪽 벽면이었다. 요즘 숙소들은 인테리어에 꽤 신경을 쓰는 편인데, 이곳은 좀 달랐다. 벽 하나가 전부 다 거울로 되어 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내 모습이 그대로 비치는 구조랄까. 예전에는 이런 스타일의 모텔들이 꽤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기분이 묘했다. 이게 왜 불편하냐면, 불을 끄고 누워도 거울에 비친 희미한 실루엣 때문에 자꾸만 시선이 가게 된다. 굳이 보지 않아도 될 내 모습을 강제로 확인하게 되는 상황이랄까. 괜히 신경이 쓰여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청결 상태와 연식에 대한 고민
방은 전체적으로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구석진 곳에 먼지가 좀 쌓여 있었고, 화장실 타일 사이사이에 세월의 흔적이 깊게 배어 있었다. 요즘 흔한 강원도 신라스테이 같은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도 있는지 한쪽에는 세탁한 옷가지가 조금 널려 있었다. 대실 손님 위주로 돌아가는 곳인지, 밤이 깊어지니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방음이 전혀 안 되는 구조인 건지, 옆방의 TV 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와 밤새도록 웅웅거렸다. 귀마개를 챙겨오지 않은 게 내 불찰이었다.
거울이 주는 이상한 압박감
사실 밤새 거울이 신경 쓰여서 몇 번을 깼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다가 문득 옆을 보면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보이니까, 마치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다. 심리적으로 꽤나 피곤한 경험이었다. 예전에 봤던 어떤 영화에서 고립된 욕실 거울 앞에서 주인공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공간이 사람의 기분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숙소라는 게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머무는 동안의 정서적인 안정감도 무시 못 할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서둘러 나왔을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짐을 챙겨서 나왔다. 10시쯤 퇴실했는데, 아저씨는 여전히 카운터에 계시지도 않았다. 그냥 열쇠를 놔두고 나오는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다음에 강원도 쪽으로 다시 오게 된다면, 최소한 거울이 벽면을 가득 채운 방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금 더 가격을 주더라도 단독 펜션이나 깔끔한 호텔을 예약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날의 피로함이 거울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낯선 장소에서 느끼는 본능적인 불안함이었을 수도 있고. 여전히 그 방에서 보낸 하룻밤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다시는 같은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은 확실하다.
벽면 거울 때문에 잠을 못 이루셨다니, 정말 난해한 경험이네요. 특히 TV 소리가 벽을 통과하는 구조는 실제로 있을 법한 불편함 같아요.
거울 때문에 계속 정신이 팔리긴 했네요. 밤에 잠들기 전 거울 보기 습관이 있는데, 이 경험 생각하면 좀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