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까지 가서 3PC 모텔 찾느라 진을 뺐다

여수까지 가서 3PC 모텔 찾느라 진을 뺐다

여수 여행을 계획하면서 숙소를 잡는 게 생각보다 정말 일이었다. 보통은 그냥 깔끔한 호텔이나 수영장 큰 펜션을 찾곤 하는데, 이번엔 일행들이랑 밤새 게임을 좀 하고 싶어서 굳이 고사양 PC가 여러 대 있는 곳을 고집했다. 사실 여행 가서까지 모니터 붙잡고 있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우리끼리 눈치 안 보고 떠들면서 게임하는 게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이었으니까.

3PC 모텔을 찾으려던 무모한 시도

인터넷으로 ‘여수 3PC 모텔’을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정보가 거의 없었다. 요즘은 모텔 예약 앱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야놀자나 여기어때 같은 걸로 다 찾아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앱을 켜서 상세 정보를 하나하나 눌러봐도 PC 사양이 어떤지, 방에 몇 대가 들어가는지는 제대로 안 나와 있었다. 몇 군데는 아예 PC방 수준의 사양을 갖췄다고 홍보하지만 막상 대실 예약하고 들어가 보면 1대 겨우 있는 곳이 태반이었다. 특히 무인텔은 방이 좀 넓어 보여서 기대했는데, 막상 가보면 2인용 침대 옆에 좁게 PC 한 대가 덩그러니 있는 식이라 실망하기 일쑤였다.

무인텔 시스템의 묘한 불편함

결국 몇 번의 전화 끝에 여수 시내 쪽에서 PC 3대가 있다는 곳을 찾아서 예약을 했다. 가격은 대실 4시간 기준 3만 5천 원이었는데, 사실 이 가격이면 좀 시설 좋은 PC방을 10시간도 넘게 갈 수 있는 돈이라 가성비가 좋다고 하긴 어려웠다. 드라이브인 무인텔이라 차를 바로 방 앞에 대고 들어가면 되는 방식은 편했다. 로비에서 직원 얼굴 볼 일도 없고 그냥 무인 정산기에 카드 꽂고 들어가는 방식이었는데, 문제는 이게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엔 문 여는 법부터 헤맸다. 방에 들어갔는데 왠지 모를 쾌쾌한 냄새가 났고, 환풍기가 제대로 도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환불을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지내기로 했다.

PC 사양과 좁아터진 책상의 조화

가장 중요한 PC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배틀그라운드 정도는 무리 없이 돌아가는 사양이라 다행이었는데, 문제는 모니터 3개를 붙여놓으니 방이 꽉 차버린다는 점이었다. 책상이 너무 좁아서 키보드랑 마우스 놓을 공간도 부족했고, 다 같이 앉아서 게임을 하려니 의자 세 개를 나란히 배치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한 명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게임을 해야 했는데, 이게 참 웃픈 상황이었다. 차라리 그냥 동성로 쪽에 있는 대형 PC방을 갔다가 근처 저렴한 숙소를 잡는 게 나았을까 싶기도 했다.

게임과 휴식 사이의 어정쩡한 경계

우리는 결국 밤새 게임을 하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방음이 잘 안 되어서 옆방 소리가 다 들렸고, 우리도 너무 시끄럽게 떠드는 게 아닌가 싶어 나중에는 헤드셋 쓰고 조용히 게임만 했다. 여행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지더라. 펜션이라면 노래방 기기라도 빌려서 크게 틀어놓고 놀 텐데, 모텔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서 좁은 책상 앞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답답함이 몰려왔다. 방 안에 담배 냄새가 배어 있어서 게임 중간중간 자꾸 머리가 아픈 것도 한몫했다.

다음번에 또 이런 숙소를 잡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음번엔 절대 안 그럴 것 같다. 그냥 잠은 호텔에서 편하게 자고, 게임은 나가서 PC방에 가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혹은 아예 친구들끼리 야유회 느낌으로 수영장이 엄청 크거나 노래방 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펜션을 빌려서 여럿이 뭉치는 게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시설은 기대에 못 미치고, 몸은 몸대로 불편했던 경험이었다. 아직도 그때 왜 그렇게 3PC 숙소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더 사 먹을걸 하는 미련이 남는다.

댓글 3
  • 옆방 소리 때문에 헤드셋 쓰고 게임하다니, 저도 그랬으면 진짜 답답했을 것 같아요. PC방에 가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겠네요.

  • 방음 문제 때문에 헤드셋을 쓴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저도 여행 중에 예상치 못한 소음에 쉽게 지치는 편이라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 여수에서 그런 경험 때문에 PC방에 가는 게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아요. 제가 고정관념을 너무 믿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