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구읍뱃터 근처에서 보낸 애매한 주말

영종도 구읍뱃터 근처에서 보낸 애매한 주말

계획에 없던 영종도행

지난 주말에 갑자기 바람이나 좀 쐬러 갈까 싶어 영종도 쪽을 기웃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어디로 갈지 며칠씩 고민했을 텐데, 요즘은 그냥 적당히 지도 앱을 켜고 눈에 띄는 곳을 고르는 게 다다. 구읍뱃터 쪽은 예전부터 카페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막상 가보려니 어디가 좋은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항공권 땡처리 사이트나 여행사 기획전에서 보던 화려한 호텔 이미지들과는 달리, 막상 이 동네 숙소들은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고르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결국 1박에 10만 원 초반대인 곳으로 아무 생각 없이 예약을 마쳤다.

뷰 하나 보고 들어갔는데

숙소에 도착해서 창문을 열어보니 바다가 보이긴 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보다 창문에 비치는 내 모습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은 뭐지. 방 자체는 깔끔했지만,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오피스텔 같은 느낌이 강했다. 예전에 이용했던 다른 지역의 호텔들과 비교하자면, 서비스나 부대시설보다는 그냥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짐을 풀고 창밖을 보는데, 맞은편 건물들도 다 비슷한 구조라 서로 안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커튼을 반쯤 치고 있었다. 괜히 돈을 썼나 싶기도 하고, 그냥 집에서 쉴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예상치 못한 동네 구경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구읍뱃터 주변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맛집이라고 적힌 곳들은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배는 고픈데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정하지 못해 한참을 뱅글뱅글 돌았다. 결국은 그냥 사람 제일 적어 보이는 곳에 들어가 회 정식을 먹었다. 1인당 4만 원 정도였나.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옆 테이블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대화를 나누기가 조금 불편했다. 여행지라고 해서 다 고요하고 낭만적인 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행사 기획전에 나오는 조용한 휴양지 사진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소음

숙소로 돌아왔는데 방음이 썩 좋지 않았다.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나 옆방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생각보다 선명하게 들렸다. 밤 11시쯤 되면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새벽까지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창문을 닫아도 밖에서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나 사람들의 말소리가 꽤 거슬렸다. 결국 귀마개를 챙겨오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비싼 돈을 주고 평온한 휴식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 집보다는 조용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의 미묘한 기분

다음 날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1박 2일로 짧게 다녀온 거라 사실 크게 기대한 건 없었지만, 뭔가 개운하게 쉬고 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호텔이 나빴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엄청나게 좋았던 것도 아닌 그 어정쩡함이 문제였던 것 같다. 그냥 주말에 사람 많은 곳에 섞여서 에너지를 다 쓰고 온 기분이다. 다음에 영종도를 다시 온다면 굳이 숙박까지 할까 싶다. 차라리 당일치기로 가서 바다 보고 카페만 들렀다가 집에 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는데, 여행지에서 산 건 아무것도 없고 남은 건 피곤함뿐이라 약간 허탈했다. 뭐가 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딱히 답은 없다. 그냥 그때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