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바닷가 근처 모텔에서 보낸 하룻밤과 생각들

울진 바닷가 근처 모텔에서 보낸 하룻밤과 생각들

지난주에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서 무작정 차를 몰고 경북 울진 쪽으로 내려갔다. 사실 목적지를 딱히 정한 건 아니었다. 그냥 지도 앱을 켜놓고 기성망양해변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길래 거기까지 달렸다. 도착하니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는데, 배는 고프고 숙소는 딱히 예약한 곳이 없었다.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도로가에 덩그러니 모텔 하나가 보였다. 베니키아여수나 도심의 깔끔한 호텔을 생각했다면 아마 다른 곳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어디든 들어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무작정 들어간 기성망양해변 앞 숙소

건물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꽤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1층에는 부대찌개 집이랑 치킨집이 같이 붙어 있는데, TV에서 본 ‘인간극장’ 광현 씨네 가게가 문득 떠올랐다. 거기는 아마 장사가 잘될 것 같은데 내가 들어간 곳은 적막할 정도로 조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프런트 쪽으로 갔는데 아무도 안 계셔서 한참을 기다렸다. 인터폰을 누르고 나서야 주인분이 나오셨는데, 표정이 덤덤하셨다. 평일이라 그런지 6만 원 정도를 지불했던 것 같다. 가격은 서울에 있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호텔보다는 저렴하지만, 시설 면에서 기대할 것은 거의 없었다.

낡은 방 안에서 느끼는 묘한 공기

방에 들어서니 특유의 냄새가 났다. 담배 냄새인지 오래된 벽지 냄새인지 모르겠지만 코를 찌르는 그 냄새에 정신이 살짝 혼미했다. 창문을 바로 열어젖혔더니 다행히 바닷바람이 들어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꽤 괜찮았다. 저 멀리 기성망양해변의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방 구조가 조금 이상했다. 화장실 문이 제대로 안 닫히고, 콘센트는 침대 뒤쪽에 숨어 있어서 핸드폰 충전기 꽂으려고 가구들을 한참 밀어냈다. 이럴 때마다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고생을 사서 하나 싶어지곤 한다.

밤사이 들려오는 소리와 생각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옆방에서 들리는 소음이 꽤 신경 쓰였다. 벽이 얇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나 물 내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 서울에서는 이런 소리에 예민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조용한 동네라 그런지 작은 소리도 크게 다가왔다. 새벽에는 괜히 뉴스에서 보던 보이스피싱 10계명 같은 것들이 생각났다. 모텔 투숙할 때 주의하라는 기사를 봤던 것 같은데, 여기가 그런 곳인가 싶어서 잠시 불안해지기도 했다. 별일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혼자 밤을 보내는 건 확실히 낮보다 여러 생각이 많이 드는 일이다.

아침에 떠나며 남는 기분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서둘러 짐을 챙겨서 나왔다. 11시가 체크아웃 시간이었는데, 10시가 조금 넘으니 벌써 주인분께서 복도를 청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의 그 불편함이 조금은 가시는 기분이었다. 사실 시설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하룻밤 머물다 가는 공간일 뿐인데, 왜 이렇게 의미를 두려 하는지 모르겠다. 차를 타고 다시 올라오는 길에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데, 어제 느꼈던 그 피곤함은 잊히고 그냥 풍경만 눈에 들어왔다. 다음에는 그냥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조금 더 정돈된 곳을 가야 할지, 아니면 이런 날것의 경험을 다시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숙소는 결국 잠만 자는 곳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 안에서 불편함을 겪으면 꼭 다시는 안 올 것처럼 굴게 되는 것 같다.

댓글 4
  • 벽이 얇아서 소리가 더 잘 들렸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비슷한 소리에 신경 쓰지 않던 터라, 여기서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 같았죠.

  • 벽이 얇아서 소리도 잘 들리고, 서울에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여기는 오히려 더 신경 쓰이네요. 밤에 혼자 걷는 것보다 더 불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바닷바람 솔깃하게 들어왔다니, 저도 방금 해변 근처에 살고 싶어졌어요. 마치 오래된 냄새를 뚫고 바다 향기가 나는 듯한 느낌이네요.

  • 벽이 얇아서 소리가 잘 들리니, 도시에서는 잊고 지냈던 소음 민감함이 다시 느껴지네요. 밤새도록 떠오르는 생각들이 잠들지 않아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