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동창 모임 장소로 서울 외곽을 고민하게 된 이유
매년 한두 번씩 모이는 대학 동창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해외에서 잠깐 들어온 친구까지 합류하면서 인원이 총 12명이나 모이게 되었다. 다들 직장 위치나 사는 곳이 제각각이다 보니 처음에는 가장 무난하고 교통이 편한 합정이나 영등포역 근처 파티룸 위주로 찾아보았다. 그런데 금요일이나 토요일 주말 저녁을 낄 경우 대인원을 수용할 만한 크기의 방은 예약 비용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나마 예산에 맞춘 곳들은 지하에 있어서 환기가 안 되거나 퀴퀴한 냄새가 나는 좁은 공간뿐이었다. 조금 더 넓고 쾌적하면서도 예산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서울파티룸을 뒤지다 보니, 결국 도심 중심가를 벗어나 조금 외곽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알아보다가 양천구 목동과 강서구 경계 쪽에 위치한 주택가 파티룸을 발견했다. 주말 1박 대여 비용이 25만 원 선으로, 번화가 중심에 있는 곳들의 반값 수준이라 큰 고민 없이 예약을 진행했다. 다만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에 다소 애매한 위치라 친구들이 불평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던 건 사실이다.
염창역 근처 주택가 파티룸 예약과 접근성의 애매함
예약한 곳은 9호선 염창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걸리는 위치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숫자로만 보면 역에서 아주 가까운 역세권 같았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교통편 때문에 다들 골머리를 앓았다. 9호선 급행열차가 서지 않는 역이다 보니 강남 쪽에서 오던 친구들은 급행을 타고 가다 완행으로 갈아타는 타이밍을 놓쳐 가양역이나 당산역까지 가버리는 일이 속출했다. 게다가 역에서 내려서 찾아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빌라가 빽빽하게 들어선 전형적인 주택가 골목인데다 경사가 제법 있는 언덕길이라, 장을 본 무거운 박스와 술 박스를 양손에 들고 낑낑거리며 올라가느라 도착하기도 전에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역 근처 마트도 규모가 너무 작아서 우리가 원하는 두툼한 바베큐용 목살이나 찌개용 야채를 구하기 어려웠고, 결국 편의점을 몇 군데나 더 돌며 쓰레기봉투와 부족한 물품들을 따로 사야 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벌써부터 소음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12명 규모의 인원이 묵기에 적당했던 공간과 시설의 한계
실내로 들어가니 거실 자체는 단체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편이었다. 큼직한 원목 테이블과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어 다 같이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하룻밤을 자고 가야 하는 숙박 시설로서의 편의성이었다. 방이 두 개 있긴 했으나 제대로 된 침대는 안방에 낡은 프레임의 침대 하나가 전부였고, 매트리스 스프링이 다 주저앉아 누울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했다. 나머지 인원은 거실이나 작은방 바닥에 요를 깔고 자야 했는데, 제공된 이불과 요 세트가 너무 얇아서 바닥의 딱딱함과 한기가 그대로 올라왔다. 게다가 화장실이 단 하나뿐이라 12명이 번갈아 가며 샤워를 하고 볼일을 보느라 아침저녁으로 엄청난 대기 웅성거림이 생겼다. 후반부에 씻은 친구들은 보일러 용량 한계 때문인지 온수가 끊기고 미지근한 물만 나와 추위에 떨며 씻어야 했다. 겉보기에는 감성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실제 하루 묵어보니 생활 편의성은 많이 아쉬웠다.
바베큐 시설 이용 과정에서 겪은 자잘한 불편함들
이 파티룸을 최종 선택했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야외 마당에서 바베큐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서울 안에서 펜션처럼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는 메리트에 다들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용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빌라 밀집 구역에 있다 보니 소음과 냄새 문제로 저녁 9시 이후에는 야외 이용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우리가 짐을 정리하고 불을 피우기 시작한 게 7시쯤이었는데, 바베큐 그릴에 불을 붙이는 도구가 부실했다. 제공된 토치의 가스가 다 떨어져서 불꽃이 찌질하게 나오는 바람에 차가운 저녁 바람을 맞으며 숯에 불을 붙이느라 한 시간 가까이 허비했다. 결국 고기를 본격적으로 굽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배가 고플 대로 고픈 상태였고, 연기가 옆집 빌라 창문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며 다들 이웃 눈치를 보느라 큰 소리로 웃지도 못하고 소곤소곤 얘기해야 했다. 급하게 고기를 입으로 밀어 넣고 나니 어느새 제한 시간인 9시가 되어 부랴부랴 숯불을 끄고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캠핑 감성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제한 시간에 쫓기며 눈치만 보다가 들어온 기분이었다.
목동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소식을 들으며 든 생각
실내로 들어와 다들 대충 씻고 둘러앉아 남은 술을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동산이나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마침 친구 중 하나가 스마트폰으로 부동산 뉴스를 보더니 우리가 지금 있는 양천구 목동 옛 KT 부지에 주거복합단지인 ‘목동윤슬자이’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기사를 공유해 주었다. 47층짜리 초고층 건물로 지어지는데, 스카이 커뮤니티에 입주민 전용 와인 리저브랑 프라이빗 다이닝룸, 파티형 게스트하우스 같은 고급 편의시설이 쫙 들어선다고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며 다들 “우리가 굳이 돈 들여 이런 오래된 파티룸 예약해서 눈치 보며 고기 구울 필요 없이, 친구 중에 저런 아파트 하나 분양받는 사람 있으면 게스트하우스 빌려서 편하게 놀면 딱일 텐데” 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요즘 나오는 신축 커뮤니티들은 웬만한 서울파티룸 대여하는 것보다 시설이 훨씬 고급스럽고 프라이빗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평당 가격을 확인하자마자 모두가 씁쓸하게 잔을 비우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 퇴실 시간에 쫓겨 덜 깬 정신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골목길을 내려오면서, 다음에는 그냥 예산을 조금 더 쓰더라도 각자 집 근처 식당에서 늦게까지 편하게 먹고 헤어지는 게 몸과 마음이 덜 피곤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전히 온몸에 밴 고기 연기 냄새가 가시지 않은 채 지하철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정말 불편한 점이 많았네요. 특히 온수 때문에 아침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사진 보면서 생각해보니, 넓은 공간은 좋았는데 시설 자체의 불편함이 너무 컸네요.
바베큐 그릴이 너무 낡아서 불 붙이기가 힘들었던 게 기억나네요. 숯불에 불 붙이는 데만 한 시간이나 걸렸다니, 정말 답답했을 것 같아요.
바베큐 그릴이 그렇게 엉망이었던 거였네요. 목동윤슬자이 이야기 덕분에 더 웃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