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이서 갈만한 곳 찾다가 그냥 펜션이나 알아볼걸 싶었던 날

20명이서 갈만한 곳 찾다가 그냥 펜션이나 알아볼걸 싶었던 날

대규모 인원 수용 가능한 곳을 찾던 무모한 시작

지난달에 갑자기 우리 대학 동기들끼리 다 같이 한번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직장인이라 시간 맞추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어떻게 운 좋게 날짜가 딱 맞았다. 인원이 대충 20명 정도 되니 일반적인 글램핑장이나 펜션은 아예 예약이 불가능하거나, 방을 4~5개씩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전라도 글램핑’이나 ‘경북 글램핑’ 쪽으로 운치 있게 가보자며 야심 차게 검색을 시작했다. 근데 이게 웬걸, 20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글램핑장은 거의 없더라. 있어도 이름만 글램핑이지 사실상 그냥 큰 건물을 빌리는 수준이라 굳이 텐트 감성을 낼 필요가 있나 싶어졌다.

예약 플랫폼의 늪과 충주 할인 쿠폰의 유혹

이런저런 플랫폼을 뒤지다가 충주 쪽에서 숙박비를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봤다. 야놀자나 땡큐캠핑 같은 데서 예약하면 최대 5만 원까지 할인해준다는 거였는데, 마음이 급해져서 일단 쿠폰부터 받았다. 근데 막상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숙소를 찾으니 5만 원 할인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였다. 1박에 80만 원에서 100만 원은 우습게 넘어가는 곳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세종 단체 펜션’이나 ’30인 펜션’ 키워드로 검색 결과가 쏟아져 나오는데, 사진만 보고 결정하기엔 나중에 현장에서 겪을 문제가 너무 걱정됐다. 특히 30인용이라고 해놓고 화장실이 하나인 곳은 정말 지옥일 것 같았다.

현장에서 겪을지도 모를 불편함에 대한 불안감

사실 캠핑장이라는 곳들이 뷰 좋은 곳은 예약이 꽉 차 있고, 남은 자리는 구석진 곳이거나 화장실이랑 너무 멀어서 꺼려졌다. ‘수도권 글램핑’을 찾아봐도 인원이 인원인지라 독채를 빌리지 않는 이상 동기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20명이면 웬만한 워크숍 수준인데, 괜히 낭만 찾겠다고 캠핑장 고집하다가 밤새 화장실 줄 서고 설거지 전쟁 치를까 봐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예전에 친구 5명이랑 갔던 경기 캠핑장에서도 밤새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있는데, 20명이라면 그 불만 사항이 4배로 늘어날 게 뻔했다.

카라반과 텐트 사이에서 고민하는 마음

그래도 끝까지 미련이 남아서 카라반 글램핑이 섞인 곳들을 계속 기웃거렸다. 몇몇 곳은 경치가 정말 좋아 보였는데, 가격을 확인해보니 1박에 20만 원 중반대였다. 이걸 10개씩 빌리면 250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오니 다들 입을 싹 닫더라. 결국 우리는 ‘고캠핑’에서 공공 캠핑장이나 지자체 운영 시설도 살펴봤다. 가격은 확실히 저렴했는데, 예약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20명이 동시에 자리를 확보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선착순 예약 대기 타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쌓였다.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계획

결국 우리는 여행지 선정부터 다시 하기로 했다. 20명이 움직이는 게 이렇게 힘든 건 줄 알았으면 애초에 호텔 연회장을 빌리거나 식당 예약해서 당일치기로 끝내는 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단톡방에는 ‘뷰 좋은 캠핑장’ 링크가 가끔 올라오지만, 다들 바빠서 제대로 확인도 안 한다. 예약금 입금하는 순간부터는 진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기분이라 다들 망설이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태안 쪽 바닷가 앞 캠핑장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화로 문의해보니 단체는 거의 안 받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냥 적당히 넓은 펜션 잡아서 바비큐나 해 먹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상하게 텐트 치고 밤새 떠들고 싶다는 미련은 쉽게 안 사라진다. 다음에 다시 계획을 짜게 되면 그냥 가까운 수도권 근교의 대형 펜션 아무 곳이나 잡고 고기나 구워야겠다.

댓글 1
  • 확실히 펜션이나 넓은 공간을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게 훨씬 현실적일 것 같아요. 20명이면 이동만 해도 엄청 힘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