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이번 가족 모임 장소를 내가 정하게 되었다. 대가족이 움직이다 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부터 조카들까지 다 챙기려면 호텔보다는 아무래도 독채 펜션이 낫겠다 싶어서 강원도 평창 쪽 계곡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평창인터컨티넨탈이나 홀리데이인리조트평창 같은 곳도 조식 잘 나오고 깔끔해서 솔깃했지만, 인원이 10명이 넘어가는 순간 객실을 두 개 잡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대형 룸을 찾을지부터가 고민이었다. 결국 좀 조용하게 우리끼리 놀려고 평창 계곡 근처의 한 독채 펜션을 예약했는데, 그게 내 불행의 시작이었다.
예약하고 나서부터 들던 묘한 불안감
예약금만 70만 원 정도를 먼저 넣었는데, 막상 결제하고 나니 마음이 영 불편했다. 펜션 홈페이지 사진은 정말 기가 막히게 찍어놨는데, 후기를 뒤져보니 최근 글은 별로 없고 몇 년 전 글만 가득했다. 차라리 돈 좀 더 보태서 서울하얏트호텔 같은 곳에서 호캉스를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가족들에게는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며 애써 포장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건물 외벽에 낀 이끼랑 낡은 데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예약할 때 펜션 바베큐가 잘 되어 있다고 강조하던 주인장의 말이 생각났지만, 막상 확인한 그릴 상태는 관리가 잘 된 편은 아니었다.
고기 굽는 일이 노동이 되는 과정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는데 이게 보통 고생이 아니었다. 주방 조리도구가 왜 이렇게 다 짝짝이인지, 냄비 하나 끓이려고 해도 불이 너무 약해서 한참이 걸렸다. 바베큐장으로 쓸 수 있는 테라스는 계곡 바로 옆이라 풍경은 끝내줬지만, 문제는 벌레였다. 불을 피우자마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산모기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대전 파티룸 같은 실내 공간을 빌렸으면 이런 고생은 안 했을 텐데 싶었다. 고기는 타는데 정작 안쪽은 안 익고, 숯 추가하는 비용도 3만 원이나 받길래 속으로 좀 씁쓸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대형 리조트의 체계적인 서비스가 얼마나 고마운 건지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낡은 시설과 타협하는 밤
밤이 되니 계곡 물소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잠을 설쳤다. 거실에 깐 요는 등이 너무 배겨서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쑤셨다. 다들 아무 말 안 하고 있지만, 다들 불편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부안 해나루나 다른 유명한 숙소들도 다 비슷비슷하겠지만, 관리가 안 된 펜션의 꿉꿉함은 견디기 힘들었다. 화장실 타일 사이사이에 낀 물때를 보니 괜히 내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차라리 다 같이 호텔 라운지에서 저녁 먹고 깔끔한 침대에서 자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이번 모임은 ‘가족끼리 단합하자’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의 피로감만 확인하고 온 꼴이 된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남은 숙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부모님은 ‘그래도 공기 좋더라’라고 한마디 건네주셨지만, 그게 정말 만족해서 하신 말씀인지 아니면 주최자인 내 기분을 맞춰주시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그냥 돈을 좀 더 쓰더라도 검증된 곳으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펜션 검색할 때 봤던 설악파크나 기타 호텔들의 패키지 상품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숙소를 고를 때 사진에만 속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막상 다음번에 예약할 때가 되면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아 불안하다. 숙소 고르는 일은 정말 갈수록 어렵다.
사진이랑 후기가 오래된 거 보니까 진짜 마음이 안 좋았겠어요. 저희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숙소 예약할 때 엄청 꼼꼼하게 따져보게 됐거든요.
계곡 물소리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특히 밤에는 주변 소음이 더 심하게 느껴지니까요.
바베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노동이었네요. 저도 가족과 함께 여행할 때 이런 부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