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모시고 가평 계곡 독채 펜션 잡았다가 고생만 한 이야기

부모님 모시고 가평 계곡 독채 펜션 잡았다가 고생만 한 이야기

예약할 때까지만 해도 완벽할 줄 알았다

5월에 부모님 칠순을 맞아 가족들이 다 같이 움직이려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 인원이 성인만 8명에 어린아이들까지 있으니 일반 호텔은 꿈도 못 꾸고, 결국 가평 명지계곡 근처의 독채 펜션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국내 리조트 순위니 뭐니 검색하다 보니 너무 광고가 많아서 그냥 조용한 곳으로 하자는 생각에 계곡 근처 독채로 예약했다. 가격대는 1박에 70만 원 정도였는데, 그래도 대가족이 다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이 정도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사진들이 왜 그렇게 넓고 깨끗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길었던 계곡길과 좁은 진입로

서울에서 출발해서 가평까지는 2시간 정도 걸렸다. 5월 날씨가 좋아서 다들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막상 펜션 근처에 도착하니까 길이 너무 좁았다. 대형 SUV 두 대가 들어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골길이라 운전하는 내내 진땀을 뺐다. 겨우 도착해서 주차를 하려니 공간도 비좁아서 차를 이리저리 옮기느라 30분은 잡아먹은 것 같다. 애들은 차 안에서 지쳐서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부모님은 밖에서 서 계시는데 마음만 급해졌다. 리조트처럼 주차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니까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바로 체감이 됐다.

사진과 다른 내부 시설과 애매한 거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좁다’였다. 분명 거실이 넓다고 해서 예약했는데, 8명이 앉으면 꽉 차는 정도였다. 특히 부모님이 쉬실 방이 사진에서는 분명 아늑한 침대방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매트리스는 꺼져 있고 이불은 눅눅한 냄새가 났다. 펜션 사장님께 말씀드리니 근처에서 해루질 체험이나 계곡 물놀이 하기엔 최적이라고 하셨지만, 우리 가족 중 누구도 그날 계곡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거실 한쪽에 애견 동반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청소 상태가 조금 의심스러울 정도로 구석에 강아지 털이 좀 보여서 급하게 물티슈로 한참을 닦았다.

바비큐장과 주방의 사투

저녁에는 당연히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바비큐장을 이용했는데, 이게 제일 큰 문제였다. 산속이라 그런지 벌레가 정말 많았다. 불을 피우니까 나방들이 미친 듯이 달려드는데, 아버지는 연기 때문에 기침을 하시고 어머니는 벌레를 너무 무서워하셨다. 결국 고기는 밖에서 굽고 다들 안으로 들어와서 먹었는데, 그릇이나 조리 도구가 8인 가족이 쓰기엔 부족하고 관리가 잘 안 되어 있었다. 젓가락 하나 찾는 것도 일이었다. 펜션 여행 오면 편하게 쉬다 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집에서 밥 해 먹는 것보다 더 바쁘게 움직인 것 같다.

다음에는 차라리 리조트를 갈까 고민 중이다

다음 날 아침, 계곡물 소리는 참 좋았다. 확실히 자연 속에 있다는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침대가 불편하셔서 잠을 설치셨다고 하는데 내가 제대로 알아보고 예약하지 못한 것 같아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칠순이라고 특별한 곳을 원하셨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더 편한 환경을 제공해 드리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음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면, 그때는 그냥 시설이 검증된 대형 리조트나 호텔 부대시설이 확실한 곳으로 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말이다. 어제오늘 일들을 생각하니, 펜션 주인분도 참 친절하셨지만, 우리 가족이 묵기에는 확실히 손이 많이 가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