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답한 창문 너머로 보이던 풍경
서울에서 굳이 짐을 싸서 좁은 방으로 들어간 건 순전히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한 달 정도 집중해서 일을 끝내고 싶다는 핑계였는데, 사실은 그냥 집을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보증금 없는 곳을 찾다 보니 결국 고시텔을 선택하게 됐는데, 6평 원룸이라고 광고하던 사진과는 사뭇 달랐다. 실제로 가보니 3평이 될까 말까 한 공간에 침대와 책상이 꽉 들어차 있었다. 창문은 복도 쪽으로 나 있어서 햇빛은커녕 환기도 제대로 안 됐다. 한 달에 45만 원이라는 가격은 서울 시내에서 나름 가성비 숙소라고 할 만했지만, 막상 살기 시작하니 매일 아침 복도에서 들리는 옆방 사람의 기침 소리에 잠을 깨는 게 일상이었다. 처음에는 금방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한 일주일 지나니 벽 너머로 전해지는 타인의 생활 소음이 묘하게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공유 주방에서 마주친 낯선 공기
이곳의 가장 큰 난관은 공용 시설이었다. 공유 주방에는 밥과 김치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고 했는데, 사실 관리가 잘 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밥솥 뚜껑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눅눅한 증기와 한쪽 구석에 말라붙은 양념 자국들은 처음 보는 사람과 밥상을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어색한 일인지 매번 실감하게 했다. 가끔 퇴근길에 들러 밥을 푸고 있으면, 나처럼 일주일이나 보름 단위로 이곳에 머무는 듯한 다른 사람들이 슬쩍 들어오곤 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이고 각자의 일에만 집중하는 그 공기가 참 묘했다. 다들 뭔가 쫓기듯 바쁘게 움직이거나, 아니면 아예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무표정했다. 굳이 말을 섞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 고요한 정적 속에서 묘한 동질감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면 도쿄 미술관 생각이 났다
방이 너무 좁고 갑갑할 때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도쿄 네즈 미술관에서 봤던 그 정갈한 정원 풍경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었다. 창밖으로 초록색 나무들이 가득했던 그곳과, 좁은 골목길에 갇힌 나의 현재 상황이 대비되면서 조금 쓸쓸해졌다. 서울의 8월은 유난히 습하고 더웠는데, 고시텔의 에어컨은 낡아서 소음만 요란할 뿐이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캔커피 하나를 들고 걷다 보면, 내가 왜 굳이 여기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싶었다. 한옥 숙박이나 좀 더 쾌적한 곳을 알아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이미 계약한 기간이 남아있어 빼도 박도 못 하는 신세였다. 6평 원룸이 아니라 실제로는 짐 놓을 자리도 부족한 좁은 박스 안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지쳐갔다.
환기되지 않는 불안함의 정체
지내다 보니 짐을 최소화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많이 챙겨왔는데, 책상 위에 쌓인 짐들을 보면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아 며칠 만에 반은 다시 집으로 보냈다. 공간이 좁아지니 내 마음도 덩달아 좁아지는 기분이었다. 농촌체험마을 같은 탁 트인 곳으로 갈 걸 그랬나 싶다가도, 막상 시골에 가면 또 외로워서 서울이 그리울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이곳에 머물면서 얻으려던 건 생산적인 결과물이었는데, 실제로는 복도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와 소음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 같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에는 더 좁게 느껴지는 방 안에서 멍하니 벽지만 쳐다보고 있었다.
결론 없는 일주일의 기록
결국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짐을 뺐다. 한 일주일은 괜찮았는데 그 뒤로는 몸이 먼저 반응했다. 좁은 공간에서 오는 압박감이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다. 방을 나서는 날, 주인아저씨는 별말 없이 보증금 없는 곳이라 그런지 금방 나가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짐을 바리바리 싸서 나오는데, 괜히 내가 여기서 뭘 하려고 했나 싶은 허무함이 밀려왔다. 다음에 또 이런 환경에서 지낼 기회가 온다면 글쎄, 아마 다시는 안 할 것 같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의 가장 밑바닥에서 누군가는 이런 방식으로 1년이고 2년이고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창밖을 보는데, 문득 내가 지나온 그 좁은 방보다 훨씬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안도감을 줬다.
공유 밥솥에서 느껴지는 습기는 정말 답답했네요. 좁은 공간에 갇힌 느낌이 꽤 힘드셨나 봐요.
좁은 공간에 갇힌 느낌이 정말 공감돼요. 특히 복도 소리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