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 있는 리조트에서 보낸 주말이 생각보다 더 피곤했던 이유

영종도에 있는 리조트에서 보낸 주말이 생각보다 더 피곤했던 이유

체크인부터 꼬여버린 영종도 주말

지난달에 가족들이랑 영종도 쪽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 싶어서 급하게 숙소를 잡았다. 을왕리 근처 호텔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그냥 리뷰 적당히 괜찮고 주차장 넓어 보이는 곳으로 골랐는데, 이게 시작부터 좀 삐걱거렸다. 토요일 오후 3시쯤 도착했는데 로비에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았다. 체크인 대기 순번이 40번대였는데, 데스크 직원은 두 명뿐이고 시스템 오류인지 뭔지 한 팀 처리하는 데 10분 넘게 걸리더라. 서서 기다리다가 다리가 너무 아파서 로비 구석에 있는 소파로 도망쳤는데, 거기도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그냥 캐리어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1박에 20만 원 중반대였던 것 같은데, 시작부터 기운이 좀 빠지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근처 다른 호텔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하더라. 그냥 애초에 좀 일찍 움직이거나 아예 늦게 올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좁은 객실과 예상치 못한 소음

방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좁아서 좀 당황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꽤 여유로워 보였는데, 퀸 사이즈 침대 두 개 들어가니까 캐리어 펼칠 공간도 마땅치 않더라. 그래도 뷰는 나쁘지 않아서 창밖으로 바다를 좀 보려고 했는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그리고 옆방 소음이 생각보다 너무 잘 들려서 당황했다. 밤 10시쯤이었나, 옆방에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랑 부모님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그대로 벽을 타고 넘어오는데, 벽이 좀 얇은 건지 아니면 옆방 분들이 목소리가 크신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누워서 천장만 보다가 결국 챙겨온 이어폰을 끼고 잠들었다. 가족들이랑 조용히 쉬러 온 건데, 오히려 집에서보다 더 예민해져서 잠을 설쳤다.

리조트 내 식당 이용의 불편함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밖에 나가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리조트 내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게 진짜 실수였다. 메뉴판 보니까 가격대가 꽤 높았는데, 퀄리티는 그냥 평범한 급식 수준이랄까. 어디선가 아워홈 같은 대형 업체가 관리한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기도 한데, 왜 이렇게 운영이 엉성한지 모르겠다. 주문하고 거의 40분을 기다려서야 음식이 나왔는데, 김치찌개는 너무 짜서 물을 두 컵이나 부어서 먹었다. 서비스라도 좋으면 좀 덜 억울할 텐데, 일하는 분들도 너무 바빠 보이고 정신이 없어서 물 하나 달라고 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차라리 차 타고 10분만 나가서 칼국수집이라도 갈 걸 그랬다. 그 돈이면 맛있는 거 배 터지게 먹었을 텐데 하면서 다 먹고 나오는데 괜히 속이 쓰리더라.

아이 깨끗해 에디션이 반가웠던 이유

그 와중에 화장실 어메니티로 놓여 있던 핸드워시가 ‘아이! 깨끗해’ 포차코 에디션이었다. 이거 마트에서 자주 보던 건데 여기 있으니까 괜히 반갑더라. 향도 괜찮고 거품도 풍성해서 식당에서 찝찝하게 먹었던 손을 씻어내니까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사실 별거 아닌데, 이런 작은 디테일 하나가 숙소에 대한 기억을 조금은 덜 나쁘게 만드는 것 같다. 만약 이것마저 이상한 향이 나는 정체불명의 비누였으면 진짜 최악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이걸로 손 씻으면서 그냥 웃어넘겼다. 이런 게 여행의 묘미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내가 너무 사소한 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다음번에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퇴실할 때 보니까 엘리베이터가 하나 고장 나서 사람들이 로비까지 내려가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계단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짐이 너무 많아서 그냥 참았는데, 마지막까지 진이 다 빠지더라. 영종도 쪽 호캉스가 가깝고 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오히려 사람에 치이고 시스템에 밀리는 느낌이라 피로가 더 쌓인 것 같다. 나중에 또 가자고 하면 글쎄,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이번에는 그냥 싼 맛에(?) 혹은 주말이라 어쩔 수 없이 감수했다고 치지만, 다음엔 좀 더 알아보고 아예 독채 펜션이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이번 여행은 그냥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다.

댓글 3
  • 화장실에 핸드워시 향이 좋아서 생각보다 여행장에서 그런 디테일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 손 소독제 챙겨온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게 신기하네요. 덕분에 좀 더 상쾌하게 씻을 수 있었어요.

  • 사진으로 봤을 때랑은 다르게 벽이 얇은 영향이 큰 것 같아요. 특히 밤 소음 때문에 잠들기가 정말 힘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