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컥 예약해버린 이태원 언덕길 파티룸
친구 생일이라 대충 알아보다가 이태원역 근처에 있는 파티룸을 하나 잡았다. 사실 예전에는 홍석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만 다녔지, 이렇게 주거지 깊숙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 평이 아주 나쁜 것도 아니고, 사진상으로는 그럴싸해 보여서 6시간 대여에 25만 원 정도를 결제했다. 위치가 이태원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인데, 경사가 정말 말도 안 되게 가팔랐다. 여름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이미 땀 범벅이 됐다. 브라이덜 샤워나 생일파티 장소로 많이 쓰인다고 홍보하던데, 짐 들고 그 골목을 올라가는 순간부터 살짝 후회가 밀려왔다.
생각보다 좁았던 공간과 기대치
들어가 보니 확실히 사진 보정의 힘이 컸다. 거실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좁았는데, 소파 하나랑 작은 테이블을 두니까 성인 5명이 앉으면 꽉 찼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뷰는 나쁘지 않았지만, 방음이 거의 안 되는 수준이었다. 옆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오는데, 우리가 음악을 조금만 크게 틀어도 바로 민원이 들어올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강남 쪽 파티룸은 몇 번 가봤지만, 이태원 골목 안쪽 주택 개조형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관리가 엄청 잘 되는 호텔 분위기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바닥에 이전 사람이 흘린 건지 정체 모를 끈적함이 남아있어 물티슈로 한참을 닦았다.
배달 음식과 뜻밖의 쓰레기 대란
저녁 8시쯤 배달 음식을 시켰다. 이태원이라 맛집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시키려니 배달비가 기본 4천 원부터 시작했다. 결국 근처 치킨집에서 포장해왔는데, 문제는 뒷정리였다. 보통 파티룸은 분리수거가 명확한데, 이곳은 내부 규정이 너무 복잡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별도로 챙겨가야 했고, 재활용도 품목별로 꼼꼼히 나누지 않으면 보증금에서 차감한다는 문자가 계속 왔다. 놀러 와서까지 쓰레기 봉투 붙잡고 씨름하고 있으려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즐겁자고 모인 자리인데 다들 눈치 보느라 바빠졌다.
결국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떴다
결국 밤 12시가 되기도 전에 나왔다. 옆집에서 “조용히 좀 해달라”는 문자가 관리인을 통해 전달되기도 했고, 공간 자체가 너무 좁고 답답해서 더 머물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예약 시간은 새벽 2시까지였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내려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나 사 먹으려는데, 올라올 때 숨찼던 그 언덕을 내려가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친구는 고맙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그냥 조용한 카페나 호텔 라운지에서 보는 게 훨씬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시 이런 선택을 하게 될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잡으려니 이태원 특유의 복잡함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길가에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한 기분이었다. 파티룸이라는 공간이 주는 프라이빗한 기대가 현실적인 관리의 피곤함과 겹치면 얼마나 별로인지 몸소 깨달았다. 요즘은 호텔 파티룸처럼 관리자가 상주하거나 애초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곳이 인기라던데, 왜 그런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나중에는 조금 더 돈을 쓰더라도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날 밤은 그냥 조금 피곤했고, 내 돈을 쓰고도 마음이 온전히 편하지 않았던 경험으로 남았다.
정말 땀 때문에 힘들었겠네요. 언덕길 올라가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건 알 것 같아요.
밤 늦게 짐 싸서 나오는 모습, 정말 힘들었겠네요. 특히 쓰레기 규정 때문에 더 답답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