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길을 한참 헤맸다
주말에 갑자기 어디든 떠나고 싶어서 급하게 예약한 전남의 한 시골 독채 숙소였다. 인스타그램에서 봤을 때는 분명히 고즈넉하고 평화로워 보였는데, 막상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내비게이션은 자꾸만 논길 한가운데로 안내를 했고, 길 양옆으로 억새가 너무 길게 자라 있어서 차체가 긁히는 소리가 계속 났다. 1박에 25만 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격만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만 진입로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겨우 도착해서 마당에 차를 대고 나니 해가 거의 다 져 있었다. 숙소는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예뻤다. 오래된 폐가를 개조했다던데,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마당에는 작은 화단도 있었다.
야외 스파가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여기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야외 스파 때문이었다. 해 질 녘에 따뜻한 물에 들어가서 시골 공기를 마시면 정말 힐링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스파를 이용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온수가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게다가 시골이라 그런지 밤이 되니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밖에서 물을 받아서 들어가 보니 이미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욕조 옆에 작은 조명을 켜놓긴 했는데, 벌레가 너무 많이 꼬여서 조명을 끄고 스파를 즐겨야 했다. 결국 30분도 채 있지 못하고 방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기대했던 낭만은 생각보다 물리적인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차라리 따뜻한 방 안에서 차나 마실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벌레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숙소 안으로 들어오니 쾌쾌한 냄새가 약간 났다. 아무래도 오래된 나무를 그대로 살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습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침구는 꽤 깨끗했는데, 벽지 구석에 죽어있는 벌레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기분이 조금 묘해졌다. 시골 숙소니까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마다 벽지가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왔으면 그냥 웃고 넘겼을 텐데 혼자 가서 그런지 사소한 소리에도 예민해졌다. 방마다 에프킬라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그게 왜 그렇게 많이 준비되어 있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침 조식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예약 페이지에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문고리에 작은 바구니가 걸려 있었다. 기대했던 거창한 브런치는 아니었고, 동네 빵집에서 사 온 것 같은 식빵 두 조각과 딸기잼, 그리고 작은 팩 우유가 전부였다. 근처에 편의점도 없어서 미리 사 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려고 보니 머신은 없었고 믹스커피 몇 개만 놓여 있었다. 그래도 마당에 앉아서 믹스커피를 마시는데 앞을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를 보니 마음이 조금 풀리기는 했다. 도시의 복잡함은 확실히 잊게 해주는 풍경이긴 했다.
다음번엔 다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퇴실 시간이 다가오니 주인분이 문자로 조심히 가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셨다. 짐을 챙겨서 다시 험난한 논길을 빠져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사진 한 장 보고 급하게 결정한 대가가 이런 건가 싶었다. 분명 예쁘긴 했지만, 다시 갈 거냐고 물으면 글쎄, 고민이 될 것 같다. 다음에는 조금 더 리뷰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편의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곳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게 항상 완벽할 수는 없는 거니까 이 정도면 나름대로 특별한 기억이 된 걸까. 집에 돌아와서 빨래를 돌리는데, 여행지에서 묻어온 흙먼지가 계속 떨어지는 걸 보니 이번 여행이 진짜 끝나긴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