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모텔에서 지내면서 느낀 것들

한 달 동안 모텔에서 지내면서 느낀 것들

집 계약 기간이 꼬여버린 상황

이사 날짜가 일주일 정도 비게 되면서 급하게 머물 곳을 찾게 되었다. 처음에는 에어비앤비나 장기 투숙이 가능한 레지던스를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타협한 게 동네에 있는 비교적 깔끔한 모텔이었다. 사실 모텔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좀 꺼려지는 구석이 있는데, 막상 일주일 넘게 지내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게 첫인상이었다. 다만 처음에 무인 키오스크로 체크인을 하려니 조금 낯설고 어색했다. 방을 예약할 때 숙박 어플을 썼는데, 현장 결제보다 몇 천 원 정도 저렴해서 그냥 어플로 결제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사장님 얼굴도 안 보고 기계에 비밀번호만 찍고 들어가려니 내가 지금 제대로 예약한 게 맞는지 잠시 당황했다.

모텔 방 안에서 생기는 작은 일들

여기 시설은 전형적인 피시텔 느낌이었다. 방 안에 커다란 게이밍 컴퓨터가 있고, 조명은 살짝 어두운 편이다. 문제는 환기였다. 창문을 열면 바로 옆 건물 벽이 보여서 사실상 환기를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처음 3일 정도는 그냥 참았는데, 4일차쯤 되니까 방 안에서 묘한 쾌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게 카페트 때문인지 담배 냄새가 밴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사장님께 전화해서 방을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볼까 고민하다가 짐 싸는 게 귀찮아서 그냥 공기청정기를 하나 살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며칠 뒤면 나갈 거라 그냥 탈취제로 대충 버텼다. 가끔 복도에서 다른 방 사람 소리가 들리는데, 방음이 아주 잘 되는 편은 아니어서 이어폰 없이는 잠들기 힘들 때도 있었다.

취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의외로 크다

밖에서 사 먹는 게 일상이 되면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어가니까 속이 더부룩하다. 간단히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싶은데, 전기포트 하나 달랑 있는 게 전부라 뭘 해 먹을 엄두가 안 난다. 전자레인지라도 복도에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 건물에는 그런 게 없어서 편의점 도시락도 매번 차갑게 먹거나 아니면 아예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즉석식품만 먹게 되었다. 근처 세탁소에 맡길 옷도 꽤 쌓였는데, 세탁기가 따로 없어서 코인 세탁소를 찾아 걸어서 15분 거리를 다녀왔다. 장기 투숙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세탁기랑 전자레인지가 있는 레지던스급이 아니면 정말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박비는 하루에 4만 5천 원 정도 냈는데, 이게 한 달을 꼬박 채우면 135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관리비나 공과금을 따로 안 내는 건 좋지만, 삶의 질을 생각하면 좀 고민이 되는 금액이다.

매일 밖에서 밥을 해결한다는 것

배달 음식도 한두 번이지, 매일 시켜 먹으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나가서 사 먹자니 귀찮고, 결국은 배달 어플에서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느라 필요 없는 사이드 메뉴까지 시키게 된다. 냉장고가 있긴 한데, 물 한두 병 넣어두면 꽉 차서 과일이나 반찬을 사다 놔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어제는 먹다 남은 샐러드를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다음 날 보니 냄새가 배어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 아니면 여기가 원래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머물면 머물수록 집이 그리워졌다. 숙소 근처에 24시간 식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나처럼 장기 투숙객인지 아니면 근처에서 일하는 분들인지 가끔 궁금했다.

다시는 이렇게 지내지 말아야지

일주일의 시간이 거의 끝나간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불편함이 컸지만, 그래도 잠잘 곳이 있다는 게 어디냐며 스스로 위안했다. 무인 모텔은 확실히 사람을 마주치지 않아 편한 점이 있지만, 반대로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오늘 아침엔 화장실 물이 잘 안 내려가서 한참 고생했는데,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일이 키오스크 너머의 사장님께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이라 한참 뒤에야 사람이 왔다. 앞으로 이사를 가거나 다시 방을 구할 때는, 무조건 창문이 잘 열리는지, 간단한 취사가 가능한지, 그리고 세탁기가 안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이 불편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겠지 싶지만, 지금 당장은 빨리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댓글 4
  • 전기포트 없이 라면 끓이는 게 그렇게 답답할 줄은 몰랐네요. 특히 아침에 밥 먹고 싶은데...

  • 게이밍 컴퓨터는 좋았지만 환기 문제 때문에 며칠 동안 쾌쾌한 냄새를 맡아야 했던 점이 좀 아쉬웠네요.

  • 창문 환기 때문에 진짜 답답하더라구요. 공기청정기 사거나, 창문 열고 바람 쐐는 게 효과 있을 것 같아요.

  • 화장실 문제 때문에 진짜 답답했어요. 특히 키오스크로 연락하는 게 얼마나 답답할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