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친구들을 다 불러 모으려니 잘 곳이 마땅치 않아서

갑자기 친구들을 다 불러 모으려니 잘 곳이 마땅치 않아서

홍대 근처에서 다 같이 잘 곳을 찾다가

결국 집에서 다 모여서 놀기로 했다가 포기했다. 좁은 거실에 옹기종기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혔다. 다들 직장도 제각각이고 사는 곳도 멀어서 중간 지점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막상 숙소를 잡으려니 호텔은 너무 삭막하고 일반 에어비앤비는 파티 금지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서 망설여졌다. 결국 스페이스클라우드를 뒤적이다가 그냥 마음 편하게 홍대입구역 파티룸을 대여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이런 곳이 그냥 밤새 술 마시고 노는 용도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예 며칠씩 단기 임대 느낌으로 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낡은 빌라 4층의 반전

지도 앱을 켜고 찾아간 곳은 연남동 골목 끝자락의 오래된 빌라였다. 4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다들 짐을 들고 헉헉대며 올라갔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내부가 너무 깔끔해서 당황했다. 밖에서 보던 빌라의 외관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대략 4시간 정도를 기본으로 빌렸는데, 우리는 아예 다음 날 아침까지 생각해서 1박 개념으로 20만 원 정도를 지불했다. 사실 호텔 방 두 개 잡는 거랑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수준이라서 나쁘지 않은 선택 같기도 했다. 근데 막상 들어가니 에어컨 리모컨이 어디 있는지 한참을 찾았고, 구석에는 누가 두고 간 건지 원래 있던 건지 모를 젠가 보드게임이 흩어져 있어서 조금 찝찝했다.

음식 배달 전쟁과 소음 문제

밤이 되니까 문제가 생겼다. 홍대입구역 근처라 맛집이 많아서 좋긴 한데, 배달 앱으로 음식을 시키면 도대체 어디로 오라는 건지 기사님들이 헷갈려 하셨다. 한 명은 계속 입구 밖에서 기사님들 전화를 받아야 했다. 게다가 방음이 완벽할 줄 알았는데, 옆 방인지 윗집인지 모를 곳에서 들리는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예민해졌다. 우리도 떠들다가 눈치가 보여서 괜히 목소리를 낮추게 되고. 예전에 친구들이랑 ‘쏘플 파티룸’ 같은 곳을 갔을 때는 좀 더 체계적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관리가 미묘하게 허술했다. 그래도 밤늦게까지 눈치 안 보고 떠들 수 있다는 점 하나는 확실히 좋았다.

다시는 이렇게 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뒷정리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일이다. 그냥 호텔이었으면 체크아웃하고 나가면 그만인데, 분리수거를 직접 다 하고 썼던 식기까지 닦아 놓으려니 이게 노는 건지 청소하러 온 건지 헷갈렸다. 20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사진은 잘 나왔다. 거실 한쪽 벽면을 감성 있게 꾸며놔서 다 같이 사진 한 장은 제대로 건졌다. 나오면서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근처를 지나는데, 어제 그렇게 밤새 떠들고 놀았던 기억이 벌써 아득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또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되면 그냥 돈을 더 주더라도 관리가 잘 되는 호텔을 잡을지, 아니면 다시 또 파티룸을 빌릴지 결정을 못 내리겠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는데 옷에 묘하게 찌든 기름 냄새가 배어 있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댓글 3
  • 쏘플 파티룸 갔을 때처럼 계획적으로 준비하면 좀 더 수월할 것 같아요. 시간대별로 뭐 할지 정해주면 좋겠어요.

  • 마음에 들었던 깔끔한 내부 모습이 좋았어요. 개인적인 공간인지라 그런 젠가 보드게임이 좀 신경 쓰이긴 했네요.

  • 분리수거 때문에 진짜 멘붕왔어요. 호텔처럼 싹 정리하면 얼마나 좋을까요.